2010년 4월 3일 토요일

서 있는 사람들, 이 시대에도 여전히.

서 있는 사람들.
법정 스님의 글을 읽으며, 우리들의 삶에도 여전히 안착하지 못하고 서 있는 그 사람들이 눈에 밟힙니다.

서 있는 사람들 - 10점
법정(法頂) 지음/샘터사

어떤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당연히 설 수 밖에 현실에, 그렇게 힘겹고 고된 선택을 한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면 아무런 말도 나오질 않습니다.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우리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개인의 안위, 우리 가족, 우리 피붙이들의 안위를 위해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 그 서 있는 사람들에게서
눈길을 돌리고, 눈길을 피하고, 모르는 사람들인냥 돌아서고 있는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이것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응당 이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알게 모르게 듣고 배우고,
또 체험으로 몸에 익히며, 불의에도 몸을 사리고, 올바른 것 대신 올바르지 않는 것을 택하고,
'정의롭게, 도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머릿 속 한 구석에 퇴색되어버린 기억으로만 남아있을 뿐,
전혀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못한 이 초라한 제 자신은 과언 어떤 사람일까요.

거리에 거의 차도 다니지 않는 늦은 새벽, 홀로 정지 신호를 지켜서 양심 냉장고의 주인공이 되었던
몸이 불편했던 한 시민이 떠오릅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히 지키는 것 뿐'이라던 그 '당연한 이야기'에 대해
'왜 그렇게 하셨나요?'라고 물을 수 밖에 없었던 이 시대가 참 씁쓸하기만 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추억이 방울방울'이라는 일본의 한 애니메이션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아빠와 딸은 작은 자가용을 몰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한 대의 차도 지나 다니지 않는 거리.
정지 신호에 멈춰서고, 또 진행 신호에 차를 움직입니다. 너무 당연해서 우습기만 한, 그 장면에 시선이 멈춥니다.

'약속은 어기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그렇기에 '약속이 지키는 것'이 그 만큼 더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이 우습기만 한 현실에서, '서 있는 사람들'은 제 자신을 부끄럽고, 또 가슴이 아프게 만듭니다.


대한민국의 사회는 수 십 년을 퇴보한 듯, 탄압과 폭압, 거짓과 비리가 도를 넘어버렸습니다.
더욱 어둡고 힘겨운 시대, 이 시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언제나 그러했듯,
눈길을 돌리고, 눈길을 피하고, 모르는 사람들인냥 돌아서야 하는 것일까요.




3 개의 댓글:

  1. 지금 여기는 당연한 것이 이상하고, 이상한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상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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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limer - 2010/04/05 11:03
    혹.. 우리가 이상한건가? 하고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



    고운 하루 되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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