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같은 소설을 보면 '일기토'라는 것이 나옵니다. '장수 대 장수'로 맞붙는 말 그대로 '맞짱'입니다.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장면이지만, 자웅을 가르는 '맞수'라는 개념으로 이보다 드라마틱한 것도 또 없습니다.
'평이한 대결'이라는 관념에서 '그에 맞는 상대'를 선택하여 '결투'를 시키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겁니다.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는 좋긴 하지만, 비효율적이고, 훗날 거센 반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를 반드시 죽여야하는 '전쟁'이 아닌 이상, '적당한 대상, 적당한 정도'로 밀고 당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2007년, 대한민국의 정권이 십 년 전으로 되돌아가더니, 도심지를 가득 매운 전의경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촛불, 이를 잡기 위해 전의경들의 복장을 '전투경찰'의 복장을 제대로 갖추게 되었고,
'시위진압의 표준'이랄 수 있는 전경버스의 길막기, 컨테이너 박스를 도로 한 가운데 철심을 박아 세우는
경이로운 방식들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수 만 명이 넘는 전의경이 서울에 추가 배치되었습니다.
2008년, 무차별적인 폭력 진압으로 시민들을 구타하고 연행하기를 반복하며 촛불을 잠재우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 촛불과 관련된 사람들과 단체, 시국선언과 관련된 사람들과 단체들에게 전방위적인 압력이 들어옵니다.
2010년, 대한민국의 시위의 자유는 사라졌습니다. 평화시위, 일인시위, 혹은 팻말을 들거나, 풍선을 드는 것도
모두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빼앗기고, 연행되고, 한 명, 두 명 모두 강제적으로 48시간씩 갇히고 있습니다.
삼류 영화에서도 나오는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고 않고 마구잡이로 연행합니다. 그냥 '공권력의 납치'입니다.
'광화문 사거리'에 서는 것 자체부터 '불법이고 연행의 소지'가 있는 이 현실에서, 더한 것도 과연 있을까요?
이젠 가장 바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돌아가는 걸 보니 그게 아닙니다. 더 밑으로 땅을 파고 있습니다.
왜일까 생각을 했더니, 역시 '5월', 5월이 돌아옵니다. 사람들이 두려운 현 정권은 가만있지를 못합니다.
바퀴벌레 만큼이나 지독하게 거리를 가득 매웠던 '전의경'으로도 부족했었는지, 군인을 부르고 있습니다.
보기 좋은, 듣기 좋은 그 '명분'으로는 'G20의 개최'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일시적인 조치'라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군인'에게 '치안'을 맡긴다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국민'이 '적'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국민'에게 '총'을 겨눌 수 있다고 합니다.
더 이상 '경찰'로는 '대한민국의 치안'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하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문득 삼국지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장수 대 장수'의 '일기토'가 아닌, '장수' 한 명이 전장을 휩쓸어 버릴 때,
파리 목숨처럼 나가떨어지는 이름 모를 이들,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칼과 방패를 움켜지고 쓰러질 그들.
대한민국의 '적'은 이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옳지 않을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하는 그들'이 '적'이 되어버렸습니다.
미친 듯 뒤로 질주하는 이 짐승을 멈추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이 짐승을 도려내고 싶습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듯 보이는 한 장의 종이. 이 '투표 용지'로 이 짐승의 숨통을 끊어놓고 싶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젊은이들이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누지 않게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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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까지 서울 바닥을 해메야 하는 거로군요..
답글삭제선거는 4.19 시위는 5.18로 돌아가는 기적을 행하는 정부입니다.
trackback from: 촛불 시위 반성합니다!!
답글삭제좀 더 적극적으로 인권 유린 당하면서까지 항의하지 못한 것을 반성합니다. - 그 결과 한국은 대만, 일본 등과는 달리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연령제한이 해제된 수입산 소고기를 먹는 국가로 전락했습니다. - 그 결과 시중에서 한국산이 아닌 것은 꺼림직해 먹지도 못하는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 그 결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한우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쇠고기를 먹는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 그 결과 한우도 진짜인지를 의심하는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 그 결..